THINK DIFFERENT |  THINK DIFFERENT ③ 최태규 씨
 
정식 교육과정에 따라 학교에 보내고는 있지만 1등을 하는 것도 바라지 않을 뿐더러 야간 자율학습을 시킨다고 하면 학교를 상대로 싸워서라도 아이를 집에 데려 오겠다는 아버지가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해가 지면 잠을 자야 한다는 이유다. 최태규(47) 씨가 전하는 그만의 특별한 교육법을 알아보자.
글 | 박경애

형제가 많으면 미리 사회를 경험할 수 있어요
옷차림도 머리모양도 특이하다. 최태규(47) 씨의 첫인상은 산에서 도를 닦다 내려온 도사 같았다고 할까? 하지만 왠지 낯설지 않은 얼굴이다. 취재를 하러 왔다고 하는데도 별 거리낌 없이 대하는 그의 모습에 ‘아!’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미 ‘당나귀 가족’으로 TV에도 여러 차례 나왔던 유명 인사였던 것이다.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와 마주 않아 아이들의 교육법에 대해 들으러 왔다고 하니 “그러게, 그게 제일 중요한 것인데 이제까지 보인 것은 그냥 제가 살아가는 모습 뿐이었지요” 하며 웃는다.
그는 6남매의 아버지이다. 어진 마음을 가졌다는 첫째 대수(13), 모든 일에 야무진 둘째 영신이(11), 머리가 비상하다는 쌍둥이 셋째 승준이(8)와 넷째 승후(8), 언니와 오빠의 일을 자기 일마냥 다 신경 써주는 다섯째 유림이(7), 그리고 지난 5월 고요함 속에 태어나 마음이 넉넉한 막내 서윤이(6개월)까지 모두들 그의 부름(?)을 받고 태어난 아이들이다.
자녀를 많이 낳은 이유가 있냐고 물어보니 자신이 클 수 있기 때문이라 했다. 그의 말에 의하면 부모의 성장은 자녀로 인해 이루어진다고. 즉, 자녀를 많이 낳아 키울수록 사람을 사랑함이 깊어지고, 마음도 풍요로워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 뿐만 아니라 자녀의 수가 많으면 자라면서 사회를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좋다고 한다.
“형제가 많으면 원만한 인격이 형성되지요. 형이나 누나를 믿고 따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서로 양보하는 법도 배웁니다. 하지만 요즘 혼자 자란 아이는 그런 부분이 부족하지요. 그래서 조금만 치이고 부딪히면 힘들어 합니다.”
그는 아이들의 인성교육을 위해 주말 가족서당을 연다. 거창한 서당이 아니라 아이들과 둘러앉아 명심보감의 ‘성심’ 편 이외에 마음을 깊게 만들어 주는 좋은 구절과 책을 통해 마음을 다스린다.
“명심보감에는 여러가지 글이 있지만 마음을 다스리는 내용만 아이들에게 알려줍니다. 돈버는 거, 출세하는 거 다 필요 없어요. 마음 편히 행복하게 사는 것이 제일 중요하지요”
그리고 그는 “명심보감은 우리나라 교육입니다. 아이들이 요즘 배우는 학교교육은 서양교육이지요. 우리 조상들의 이 좋은 말들을 두고 서양교육을 받는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프지요” 라며 서양식 학교교육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마음을 바르게 갖는 것이 세상을 행복하게 살기위한 하나의 덕목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지금 내가 살고있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 삶인지, 지금 살아가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얼마나 행복한지를 알아야 한다고 말이다. 
그는 아이들의 편을 들어주는 아버지가 아니다. 아이들이 싫어하는 일을 시키고, 어떤 말을 하면 매번 반대의견을 제시하기 일쑤다. 하지만 그것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아이의 생각을 물어 대화를 하는 계기도 되지만 세상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싫은 일도 잘 견뎌낼 줄 알아야 진정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것을 생활 속에서 아이들이 터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뇌가 성장해야 공부도 잘할 수 있지요
그는 아이들을 일찍 재우기로 유명하다. 저녁 8시가 되면 잠자리에 드는 아이들. 그는 아이들에게 제일 중요한 것이 일찍 재우는 것이라고 한다. 자녀들에게 아버지로서 이것만은 꼭 지키자고 다짐한 것이 무엇이 있느냐는 질문에 “무조건 일찍 자기” 라고 자신 있게 말한다. 우스갯 소리로 해지면 자고 해뜨면 일어나는 거냐고 물었더니 그게 제일 좋다며 그럴수만 있다면 바랄 것이 없다고 한다. 잠을 많이 자면 둔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말에 그는 잠을 많이, 그리고 빨리 자야 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아이들은 잠을 많이 자야 뇌가 성장합니다. 잠을 자지 않고 공부하는 것은 뇌를 죽이는 일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잠을 많이 자면 사람의 마음이 편안해 지기 때문에 표정이 편안해 지죠. 잠을 못자면 항상 찡그리고 있습니다. 잠을 잘 자서 뇌를 충분히 성장시킨 아이들은 초등학교, 중학교 때 꼴찌를 하더라도 고등학교 때 마음만 먹으면 성적이 쑥쑥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해가 지고도 눈을 뜨고 있을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지기도 한다. 보름날 밤이면 그는 대수, 영신이와 함께 밤길을 걷는다. 왜 두 아이만 데리고 가냐는 말에 70km를 걸어야 하기 때문에 3학년이 되어야만 데리고 나간단다. 셋은 고요하고 캄캄한 밤길을 걸으며 자기성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진다. 겨울에는 그냥 걷다가 집에 들어오지만 밤에는 산에 올라가 텐트를 치고 밤하늘에 떠있는 별과 달을 보며 하룻밤 자고 온다는 말에 ‘나도 한번 따라나서 볼까’ 하는 호기심도 생겼다. 
그리고 그는 보통 사람들이 머리를 써야 두뇌 회전이 빨라진다는 속설을 뒤집었다. 머리를 쓸수록 둔해진단다. 뇌에 있는 에너지가 생산되기도 전에 다 써버리면 바보가 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요즘 영재교육은 뛰어난 영재들을 둔재로 만들고 있어요. 뛰어난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어도 시간이 지나면 다들 평범해지잖아요. 그게 뇌에 있는 에너지가 쓰는 만큼 만들어질 시간을 주지 못해서 그래요. 그런 아이들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충분히 잠을 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하게 하면 커서는 진정한 영재가 될 수 있을 텐데 어머니들이 영재교육이니 뭐니 해서 그런 아이들의 머리를 더 나쁘게 만들어 버려요. 그런 의미에서 난 둔재를 영재로 키우고 있는 셈이지요. 허허.”
그의 말에 영재교육을 받은 아이들의 대부분이 지금은 일반 고등학교로 진학하거나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가 뇌리를 스쳤다.    
그리고 그는 요즘 부모들의 생각에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공부를 잘한다고 돈을 많이 벌고, 돈을 많이 번다고 행복해 지는 것이 아닌데 요즘 부모들은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단다. 그러면서 현대 교육이 제대로 된 것이면 모두들 풍요롭고 즐겁게 살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했다.
“수학을 배워도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 만 할 줄 알면 이세상 살아가는데 아무 문제없는데 왜 그 많은 돈을 들여서 공부를 하려는지 모르겠어요. 꼭 배워야 할 것만 배우면 될 것인데 말입니다.”

어머니가 활기차야 가족이 평화로워요
그와 인터뷰 중에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연스러운 존댓말. 아는 분인가 했더니 아이들의 어머니 이주경(38) 씨다. 전화 통화가 끝나고 서로에게 존댓말을 쓰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에게 부모의 모습이 어떻게 비추어 지는지가 중요하다고 답한다. 그러면서 어머니는 집안의 기둥이기 때문에 항상 기죽지 않고 활기찬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집안이 잘 되고, 못 되고는 어머니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에 어머니의 마음이 불편해서는 안되지요. 아이들의 어머니가 끝까지 주장하는 일에 대해서는 그도 한걸음 물러납니다.”
덕분에 아이들은 집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영덕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게 되었다고. 내년에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는 대수의 학교역시 어머니의 주장에 따라 영덕으로 갈 생각이란다.
또한 그는 어머니에게 최대한 맞춰주는 것도 좋지만 아버지의 자리도 확실해야 함을 이야기했다. 아버지는 집안의 중심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아버지로서의 정신을 반듯하게 잡아야 한다며 술을 마시고 집에 늦게 들어가거나 잠을 자지 않는 것은 좋은 아버지의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그와의 오랜 대화를 마치고 문을 열고 나오자 커다란 개 한마리가 얼굴을 들이민다. 그리고는 도로로 내려가는 길까지 옆에 붙어서 같이 내려간다. 꽤 컸지만 무섭지 않았다. 개가 순한 것 같다는 말에 그는 자유를 누리며 컸기 때문이란다. 자기가 가고 싶은 곳에 가고, 하고 싶은 것을 하기 때문에 거칠어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의 말을 들으며 문득 내 주변에 부모들을 떠올리게 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그가 일러 준대로 아이들과 고요한 밤길을 걸으며 아이는 자신의 자아성찰을, 부모에게는 내 아이를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태규 씨가 딸 영신이에게 쓴 편지
(영신이가 쓴 편지에 대한 답장 中)

아빠가 영신이에게
……꼴찌해도, 일등해도, 못생겨도, 예뻐도, 괴로워도, 슬퍼도, 어려워도, 불행해도 조건에 관계없이 항상 행복해 질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내 마음에 들면 행복하고 안 들면 안 행복한 것은 진정한 행복이 아니란다.
…… 아빠는 미울때나 고울때나 항상 언제나 영신이를 사랑하고 능력을 인정 한단다. 
…… 남을 행복하게 해주면 상대의 행복해 하는 마음이 나에게로 돌아와 훨씬 더 크게 행복한 마음이 커진단다.

머루다래 익어가는 늘푸른 청산에서
아버지가 아름답고 이쁜 딸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