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문화기행 ③ 사실주의
지난 10월호에 에펠탑을 보지 않기 위해 에펠탑 안에서 밥을 먹었다는 모파상을 기억하는가?
모파상은 <바보이반>의 작가 톨스토이와 함께 사실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그렇다면 사실주의는 무엇일까?
글 | 박경애

사실주의

1. 이반은 곧 새임금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반은 곧 거추장스런 임금의 옷을 벗었습니다. 그리고는 삼베옷을 입고 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놀고먹는 생활이 나는 답답해서 못 견디겠어. 배만 자꾸 불러오고 잠을 잘 수 없단 말이야.”이반은 부모님과 누이를 불러와 함께 일했습니다.

 

2. 어쩔 수 없이 큰도깨비는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얻어먹게 되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반의 궁궐로 갈 차례가 되었습니다. 큰도깨비가 찾아가니 벙어리 누이가 점심을 차리고 있었습니다. 벙어리 누이는 일은 하지 않고 장만해 놓은 음식만 먹어치우는 게으름뱅이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냈습니다. 손에 굳은살이 박힌 사람은 식탁에 앉혔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먹다 남은 찌꺼기를 주었습니다. 큰 도깨비가 들어가자 벙어리 누이는 얼른 손을 살폈습니다. 굳은 살을 커녕 깨끗하고 매끈한데다 손톱도 길게 자라있는걸 보았습니다. 벙어리 누이는 뭐라고 외쳐대며 큰도깨비를 식탁에서 끌어 냈습니다.

 

   위의 내용은 초등학교 추천 도서목록에 늘 포함되어 있는 톨스토이의 <바보이반> 중 일부분이다. <바보이반>은 우리에게 교훈적 내용을 많이 주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많이 권장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톨스토이 단편선>은 MBC느낌표 선정도서가 될 만큼 부모들에게도 기본교양도서로 자리 잡았다. 톨스토이는 사실주의의 대표적인 문학가 중 한 사람으로 톨스토이의 작품 중에는 초등학교 추천도서인 <바보이반>과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부활>을 시작으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전쟁과 평화>, <두노인> 등이 있다.
   하지만 <바보이반>을 가지고 사실주의에 대해 이야기 한다는 것은 무리수가 있다. <바보이반>은 순수 톨스토이의 작품이라기 보다는 민속설화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톨스토이에게서 보여지는 사실주의 성향이 소설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먼저 이반과 그의 형인 세몬과 타라스를 함께 이야기 함으로서 인간의 욕심이 얼마나 무한한 것인지 알려주고 있다. 두 형은 집에서 어머니와 누나를 돌보는 이반의 재산의 일부가 자신의 것이라고 뺏아가는가 하면, 이반이 금화와 군사를 만드는 법을 알게 되자 그 방법 역시 알려달라고 한다. 
   또한 욕심이 많으면 망하게 된다는 내용역시 포함되어 있다. 그 예로 세 형제를 갈라놓으려는 악마가 세몬과 타라스의 나라에 가서 사람들의 욕심을 부추겼을 때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이익에 따라 움직였다. 하지만 이반의 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쉽게 돈을 버는 것이 아닌 스스로 노력해 얻은 결과물을 서로 나누어 가며 살아가기 때문에 금화는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사실주의 중 인간의 욕심과 나쁜 마음 등 추악한 면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주장에 부합한다. 그렇다면 19세기에 유행한 사실주의의 배경과 사상에 대해 알아보자.
   19세기 유럽은 급변하는 시대이다. 한동안 침체되어 있던 유럽이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린 후 새로운 모습을 보이며 변화한 것이다. 수요와 공급이 활발해 지고 사람들이 침체기 속에서 빠져 나와 활기를 되찾은 것은 좋았지만 그에 따른 결과는 너무도 비참했다. 귀족이나 왕족 등은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더 잘살게 되었고, 농노나 평민들은 허리한번 제대로 펴지 못한 채 더 나쁜 상황으로 치닫고 있었던 것이다. 즉 심한 사회적 변동으로 인해 돈에 의한 지배가 이루어졌고 때문에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이런 상황속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두가지 시각이 있었으니 하나는 이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는 사실주의요, 다른 하나는 시대적 상황은 못 본 척하고 좋고 사랑스러운 말로 사람의 마음을 녹이는 낭만주의였다. 이 두 사상은 같은 시대에 나타난 문화조류이지만 중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정반대의 성격을 가졌다.
   사실주의는 미화시키거나 느낌을 반영하는 것이 아닌 있었던, 또는 있을 법한 사실을 그대로 재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사람들의 악한 모습이나, 사회의 어두운 면 등을 묘사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있는 그대로의 것을 추구한 결과로 자연주의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톨스토이 이외에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 <백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 등도 사실주의 문학에서 큰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특히 톨스토이 작품을 ‘빛’으로 칭하고 도스토예프스키를 어둠의 문학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그림으로 보는 사실주의




   사실주의는 19세기의 급속한 산업화로 인해 도시로 몰려든 사람들의 밑바닥 생활과 그로 인한 불안감 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기 주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있는 그대로를 묘사하고 있다.

사실주의는 쿠르베의 말에서 비롯되었다. 쿠르베는 자신은 눈에 보이는 것만을 그리겠다며 그것을 사실주의라고 칭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말한 대로 그림의 주제를 자기 눈으로 본 것에만 한정하고 그것을 그려나갔다.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안녕하십니까? 쿠르베씨>, <돌 깨는 사람들>, <밀렵꾼> 등을 들 수 있다.

   또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밀레 역시 사실주의 미술가다. 농민의 생활에 깊은 애정을 느끼고 농민의 눈을 통해본 자연을 그려냈다. 비르바죵파 라는 이름을 가진 그들은 도시를 떠나 시골에 살면서 자연의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의 아름다움을 그림을 통해 보여주었다. 하지만 부패한 모습이나 풍자적인 내용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자세히 관찰하여 그렸기 때문에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을 준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만종>, <이삭 줍는 여인들>뿐만 아니라 <소를 불러들이는 목동>, <칠면조가 있는 가을 풍경> 등이 있다.

 

우리나라의 사실주의

 

- 문학

  우리나라에서도 20세기 초 사실주의 문학이 형성되었다. 그 바탕에 <허생전>, <양반전> 박지원의 한문소설과 <춘향전> 같은 판소리문학이 있다.

  사실주의 문학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것은 1920년대부터이다. 특히 염상섭 <만세전>은 평범한 일본 유학생이 귀국 후 다양한 사건을 겪으면서 민족의 현실을 알아가는 과정을 그리면서 식민지시절 조선의 다양한 모습을 그려냈다. 또한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나 나도향의 <벙어리 삼룡이> 등도 당시의 사회적 모순을 비판적으로 폭로하여 사실주의 문학의 중요한 성과를 이루었다.

- 미술

  단원 김홍도의 화풍은 사실주의적으로 민중과 문화에 대한 애착이 화폭의 곳곳에 배어있다. 이런 그의 일반대중의 해학과 애정과 낭만이 넘치는 풍속화와 귀족적이고 단아한 문인화는 군주 정조의 신임을 받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풍속화첩]씨름도 가 그 예이다. 또한 혜원 신윤복이 남긴 [미인도] 역시 우리나라 사실주의를 대표한다. 그는 특히 여성을 그리기 좋아했는데 정확한 필선과 화려한 색채로 여성의 모습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그의 그림은 어딘가 도전적이고 냉소적인 분위기를 담고 있다. 신윤복의 자유분방한 화풍은 풍부한 색채 및 화려한 기교에도 불구, 위정자의 눈밖에 나게 되었다.

  둘 다 사실주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단원 김홍도는 밀레를, 혜원 신윤복은 쿠르베와 비슷한 맥락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