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머힐 스쿨
아이들의 선택에 따라 결정되는 수업, 활동, 시간표!
아이들의 자율과 선택에 의해 움직이는 세계 대안학교의 모델,
영국의 써머힐 스쿨을 알아보려 한다.
글 | 최헤선

우리와는 다른, 또 다른 모습의 학교 써머힐!

 

 

3~4층 건물 몇 개와 운동장, 그리고 나무 몇 그루. 이것이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학교의 모습이고 우리나라 학교들의 정형화된 형태이기도 한다. 그러나, TV에서 방영되는 그 학교의 모습은 우리나라의 학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건물이라기보다는 집 같은 모양, 푸르른 풀과 나무, 그 곳에서 자유롭게 웃고, 놀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 1994 SBS에서 '변방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써머힐 스쿨(Summerhill school)'은 우리에게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TV에 비춰진 써머힐은 자유 그 자체였다.

1994, 써머힐이 TV에 소개되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당시 공교육에 반대하며 새로운 교육 문화를 추구하고자 했던 우리나라의 사회적인 분위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공교육이 개개인의 다양성을 고양하기보다는 획일화된 기준과 내용, 방법에 의존함으로써 비인간화의 가능성-억압, 비인격적인 대우, 입시 위주의 획일성 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안적 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자유주의 교육을 추구하는 써머힐은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대안학교는 공교육제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자 만들어진 종래의 학교 교육과는 다른 학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 90년대 대안교육의 묵시적 모토이기도 하였다. , 90년대의 공교육은 아이들을 강압하고 대안교육은 아이들을 해방시키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다문화, 다인종의 국제기숙학교

 

명령에 따르기는 쉽다. 자기 자신의 무거운 짐을 지고 자기 길을 걸어가면서 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자신의 삶의 방식으로 사는 일, 그것이 이상이다.

써머힐의 니일 曰 (키코쿠니 어린이 마을 중에서)

 

써머힐 스쿨은 아이들을 학교에 맞추는 대신 아이들에게 맞추는 학교를 한번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1921년에 스코틀랜드 출신의 자유주의 교육사상가인 A. S. (Neill)이 세운 기숙사제의 대안학교이다. 창립자이자 초대 교장인 닐의 사상을 이어받아 아이의 자유와 자발성을 중시하는 교육을 현재까지 이어오는 자유주의, 자연주의 학교이다. 1927년에 런던 북동쪽 서폭셔의 작은 마을 레이스턴으로 옮긴 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원래는 영국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을 교육하는 기숙학교였지만 닐의 저서들이 외국에서 소개될 때마다 세계 각국의 학생들이 많이 들어오게 됨으로써 국제기숙학교가 되었다. 예를 들어, 닐의 책이 미국에 소개되었던 1960년대에는 미국 학생들이 절반을 차지하기도 하였다. 또한 1980~90년대에는 일본, 한국, 대만과 같은 아시아 국가에서 대거 학생들이 들어옴으로써 요즘 써머힐의 아이들은 일본 만화를 보고 한국산 컵라면을 먹는 것이 매우 익숙해져 있다. 이렇듯, 써머힐 스쿨은 다문화, 다인종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써머힐의 하루

 

아침 시간은 오전 8부터 8 45분까지이다. 9시 30 되면 수업 시작을 알리는 벨이 울린다. 대부분의 다른 학교처럼 수업 시간표가 있지만 수업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되어 있다. 학기초에 자신이 들을 수업을 정하지만 학기 중이라도 언제든지 선택에 따라 시간표를 변경할 수 있다.

 

 

수업이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부하는 게 즐거워요.

- Martine

 

5세부터 9세까지의 Class1에서는 교사가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 일주일간의 시간표를 짠다. 10세부터 12세까지의 Class2는 학기초에 다양한 주제와 활동 중에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신청하고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아이들은 자신의 관심이나 수준에 따라 수업을 선택하여 시간표를 짜기 때문에 자신의 시간을 어떻게 조절하고 결정해야 하는지 안다.

전문 교사들은 수업 방식과 목적에 따라 수업 진행에 있어 많은 자유권이 보장되지만 학습 목표나 방법 등에 책임을 지는 두 명의 감독관(Curriculum Advisor)에 의해 도움을 받는다. 써머힐은 대안학교이며 자발적인 수업 참여를 추구하지만 국가교육과정을 고려하여 중등과정 자격시험(GCSE) 수준의 수업을 가르치도록 하고 있다.

 

  

 

오전 수업은 오후 1 10에 마친다학교 회의는 월, , 금요일 오후(1:45~2:30)에 열린다. 회의 또한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잘 참석하는 편이다. 그 이후는 완전한 자유시간이다. 텔레비전을 볼 수도 있고, 컴퓨터를 할 수도 있고, 게임을 하거나 운동을 할 수도 있다. 오후 수업은 4 시작하는데, 목요일 오후 수업은 수업보다는 활동 위주로 이루어진다. 저녁 시간은 5시30부터 6시 15이다. 어린 아이들도 있기 때문에 취침 시간은 8부터 시작된다.

 

진정한 자유의 자치학교(self-governing school)

 

 

 

 행복한 사람을 기르는 교육이 교육 철학인 써머힐은 학생의 자유와 개성을 최대한 보장하는 자연주의 교육관을 바탕으로 한다. 아울러 아동중심의 교육을 바탕으로 자기 주도적 문제 해결 학습을 학습의 근본 방향으로 두고 있다. 써머힐 스쿨은 신체와 정신이 두루 조화를 이루어 균형있게 발달한 전인(whole man)을 양성하는 것이 목표이다. 학생들은 스스로 잘 발달해 나갈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따라서 시험, 숙제, 성적표 등이 없을 뿐만 아니라 공부할 때와 놀 때를 아이들 스스로가 선택하고 무엇을 언제 배울 지 본인이 결정하도록 허용하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유 안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보통의 사람들은 학교에서 활자화된 교과서 위주의 수업들을 통해 배우지만 써머힐의 아이들은 실생활을 통해 배운다.

써머힐 스쿨이 아이들에게 자유를 준다고는 하지만, 책임 없고 무한한 자유는 아니다. 무슨 일이나 하고 싶은 대로 멋대로 다 하는 것은 방종(license)이다. 참된 자유(freedom)는 남이 시켜서가 아니라 내 스스로 남을 배려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것을 뜻한다. 모든 것이 자유스러울 것 같지만 그 안에 규율이 존재하는데 그 규율은 아이들 스스로가 만든 것이다. 써머힐의 기본 철학은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방해하지 않는 한 아이들에게 자유를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수업 출석은 전적으로 학생 본인의 의사에 달려있다. 그러나 한밤중에 북을 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건 방종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써머힐의 자유는 책임이 따르는 진정한 자유와 자율인 것이다. 학교에는 230여 개나 되는 규칙들이 있고, 이를 어겼을 때는 학교에서 제재를 한다. 그 제재는 경고, 식사 시간에 맨 뒷줄에 서기, 수영이나 외출금지, 벌금 등이다.

학교 회의를 하는 라운지 벽면에는 허용되는 행동과 허용되지 않는 행동들의 교칙들이 붙어있다. 써머힐은 학생들의 자율을 중요시 하지만 남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시간이 자치회의 시간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학교에서 정해진 틀을 따라 정해진 주제에 대해 형식적인 회의를 하지만 써머힐에서는 학생들 스스로 그들의 실생활과 관련된 주요 안건을 내고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까지 하게 된다. 자치회의에 참석의 의무는 없지만 자신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있는 사항들이 다루어지기 때문에 학교 회의 참석률은 매우 높은 편이다.

한편, 제 멋대로 하는 학교로 비춰짐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한다는 사실 때문에 써머힐 스쿨은 자치학교라고 표현하는 것을 좋아한다.

대안학교 써머힐, 완벽한 대안일까?

 

영국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부터 보수적이고 엄격한 귀족학교, 수도원 학교 등에 반발하여 대안학교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많은 대안학교들이 설립되었지만 지금까지 유지되어온 학교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 정부 정책이나 외부의 교육 체계와 대립되거나 갈등을 빚어왔기 때문에 그것을 견디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금까지 꾸준히 세계 각국의 관심을 받으며 전통을 자랑하고 유지되는 써머힐은 또다른 의미를 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써머힐 스쿨을 반기기만 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써머힐을 다니는 아이들을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 써머힐 출신들을 써머힐리언(summerhillian)이라고 부르는데, 아이들이 자신만의 테두리에서, 패러다이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다가 세상으로 나갔을 때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누리는 생활에서 벗어나 통제와 규칙이 있는 험한 세상에 나올 경우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이다.  

또한, 써머힐 스쿨의 철학이나 학생들에게 바라는 상이 일반 학교와 다른 것은 분명하지만, 수업 방식을 비롯하여 기존 학교와 다르지 않은 부분이 많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할 때 8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써머힐이지만 완벽한 대안으로서의 전형일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물론 자발적인 동기로 이루어지는 학습이라는 측면에 주심을 두어 분명히 일반 학교에서의 학습과는 분명히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써머힐 스쿨이어야 하는 이유

 

써머힐은 1921년에 설립된 이래 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써머힐 출신들은 자신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존중하며 자신의 의견과 조율하는 법을 배웠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생활에서 어려움을 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한다. 또한, 자신의 미래를 고민하고 자신이 택한 미래를 위해 투자하는 데에도 매우 자신에 차 보인다. 이것은 설립자 닐의 철학-아이들의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를 통해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스스로 준비된 시기에 배워내는 능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행복한 환경을 제공하고, 신체와 정신 고루 잘 균형을 이룬 성인으로 양성한다는 점에서 써머힐은 처음의 취지를 잘 유지하여 성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아이들은 부모가 생각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아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의 대안학교, 달라져야 하는 시선

 

우리나라에도 이미 대안학교가 여럿 있으며 지금도 많이 설립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대안학교를 바라보는 시선은 어떠할까? 아직도 대안학교라 하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일탈된 학생과 중퇴나 자퇴를 한 문제학생이 가는 곳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심지어 써머힐 스쿨에 다니는 우리나라 학생을 인터뷰 하려고 해도 자신이 써머힐 대안학교에 다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보면 자신을 문제 있는 아이로 볼 것 같아 인터뷰를 사양하는 학생도 있다. 이처럼,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대안학교의 진정한 의미가 뿌리내리지 못한 듯 하다.

또한, 영국의 써머힐 스쿨처럼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대안학교도 없으며 대안학교의 유행을 타며 설립되어 제대로 체계를 잡지 못한 학교도 있다. 이름만 대안학교이고, 아이들에게 무한한 자유를 주며 무조건 아이들의 자율에 맡기는 것은 진정한 대안학교라고 할 수 없다. A.S.닐의 철학처럼 자발적인 동기로 이루어지는 학습’, ‘아이들의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유를 통해서 자신이 필요로 하는 것들을 스스로 준비된 시기에 배워내는 능력이 가능한 그런 철학과 취지를 담은 진정한 대안학교가 필요하다.

   써머힐 스쿨의 교육 원리를 일반 학교의 교실에 적용하려면 우선 학생들에게 학급 내에서 자신들이 해야 할 일들은 스스로 의논해서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급훈을 정하는 일, 교실을 깨끗이 유지하는 일 등 아주 작은 일부터 시작해 차츰 크고 중요한 일들을 의논해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인내심을 갖고 시도하면 예상외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써머힐 스쿨과 같은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대안학교의 형식과 이름보다는 내용과 의미를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